2024. 10. 30. 22:00 기타/2024년 신혼여행기
[2024년 신혼여행기] 6편 - 몰디브 2일차
[2024년 신혼여행기] 6편 - 몰디브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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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샤워기를 교체했음. 우리나는 정수가 잘 되지만 외국은 안 그렇다보니 정수필터가 장착된 여행용 샤워기가 있는데 그거 쓰면 좋다고 해서 사왔던 것. 샤워기 하나, 필터 4개를 아내가 사왔는데, 나중 얘기지만 필터가 금세 변색되는 걸 보니 잘 사왔다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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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은 Amaany 에서 먹음. 조식은 여기서만 함. 음식은 전반적으로 만족이었음. 일단 두바이 조식에 비해서 종류가 엄청 많았음. 음식들이 조금 짜게 만들어진 느낌은 있었지만 그건 외국 식당 어디나 마찬가지인 정도로만 그랬고, 대체로는 맛있었음.(훈연한 참치가 있어서 먹어봤는데, 이거 하나는 지나치게 짰음. 소금구이 느낌... 소금에 구운 요리 말고 소금으로 만든...) 신기한 건 라군바, 바쿠, 오누, 이솔레타 등등 저녁 식당 직원들이 아침에는 다 여기에 모여서 일함. 그래서 음식들 맛이 괜찮을 수 밖에 없는 듯. 그렇다보니 밥먹는 중에 오누 직원이 와서 저녁에 우리 식당 와달라고 영업도 하고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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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느꼈던 건, 직원들이 너무 친절함. 근데 또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기분좋고 행복한 사람들만 만나다보니 자연히 그렇게 되는 것 같기도. 정신상태가 아주 좋은 사람들만 만난다는 점에서 리버스 정신과의사같은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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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 먹고 나서는 자전거를 타고 근처 한 바퀴 둘러봤었음. 해변가쪽으로 나가서 소라게도 보고, 오는 길에 메인 리셉션에 붙어있는 탁구장에서 탁구도 치고 놂.(15:10 으로 내가 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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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좀 아쉬웠음. 낡기도 했는데, 낡은 건 둘째치고 기능이 좀 이상했음. 일단 내 건 손 브레이크가 오른쪽에만 있는데 그마저도 잘 안 먹히고, 역방향으로 패달을 밟을 때 브레이크가 걸리는 난생 처음보는 기이한 자전거였음. 너무 기이하다보니 타는 순간 불만보다는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들었음. 아내 건 패달 밟는데 힘이 많이 필요해서 운송기구보단 운동기구에 가까운 자전거였음. 그래도 금방 익숙해져서 둘 다 그냥 잘 타고 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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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는 집 아래에서 스노클링을 함. 우리는 오버워터 빌라다보니 집에서 바다로 바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어서 바로 스노클링이 가능했음. 이것을 기점으로 몰디브에 대한 생각이 바뀜...
* 스노클링 : 고글 쓰고 바다로 얼굴 집어넣고 물고기 구경하는 것(입으로 물고 숨쉴수 있게 해주는 호흡기구(?)도 있음. 그래서 숨쉬는 건 문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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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클링은 상상과 굉장히 달랐음. 첫째로, 각종 블로그 후기를 봐도 그렇고 종종 들었던 얘기도 그렇고, 스노클링은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는 게 내 배경지식이었음. 구체적으로, 내가 상상한 스노클링은 발이 바닥에 닿는 곳에서 고개만 담그거나, 원할 때 엎드린 자세로 물고기 구경하는 거였음. 둘째로, 오버워터 빌라면 그래도 내려갔을 때 허리정도까지만 물이 잠기는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2m~3m 수준의 수심이어서 발이 땅에 닿기에는 택도 없었음. 문제는, 나는 수영을 아예 못한다는 것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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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내려갔는데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무서웠음. 구명조끼가 있어서 몸이 물에 뜬다는 걸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 10분 정도 걸린 듯 함. 그 후에야 엎어진 채로 호흡기구만 머리 위로 두고라도 바다 속을 보면서 돌아다닐 수 있게 됐는데, 종종 작은 물고기들도 보이고 바다 속도 예뻐서 재밌었음. 문제는 이게 호흡기구 통해 숨쉬는 게 공기중 숨쉬는 것에 비해 너무 갑갑했고, 움직이면서 점점 숨이 차기 시작해서 무서웠음. 숨쉬려고 고개 쳐들고 호흡기구 빼서 숨쉬려다가 물좀 먹으니 더 패닉이 와서 얼른 다시 끼고 겨우겨우 집까지 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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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잠시 쉬는데, 내가 수영을 못하니 아내가 편하게 못 노는 게 속상한듯 해서 미안했음.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도 지금 잠깐 속상한 것이 과부가 되어 돌아가는 것보단 훨씬 나을테니, 이건 돈을 주고 안전하게 액티비티로 하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함. 근데 아내 얘기를 들어보니 스노클링은 액티비티를 한다고 딱히 사람 하나가 딱 붙어서 지켜주는 건 아니라고 함. 안전요원이 있기는 하지만 십수명에 한 명 뿐이라는데, 그 정도면 그냥 우리가 직접 하다가 위험할 때 소리지르면 근처 사람이 구해주러 오는 것과 딱히 실질이 다르지 않을 것 같았음. 결국 직접 해내보는 쪽으로 결론이 기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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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바로 다시 들어가기엔 겁이 나서 쉬는데, 아내는 심심하다고 혼자 내려가서 스노클링을 함. 그걸 보면서, 그리고 혼자서 복기를 하면서 다음 번에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봤음. 유용한 결론은 하나 나왔는데, 숨이 차면 움직이지 않고 천천히 호흡하면서 물 위에 엎어진 채 있기로 함. 파도에 조금 밀려가도 그만큼의 거리는 나중에 움직여서 잡을 수 있으니, 괜히 더 허우적거리면서 힘 빼고 호흡만 가빠져 패닉이 오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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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들어가서, 위 방법으로 훨씬 괜찮게 바다에서 시간을 보냈음. 그러다가 중간에 아내가 호흡이 가쁘면 고개를 들고 밖에서 숨쉬라고 해서 해봤는데,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균형이 안 잡히니 뒤집히려고 하고, 제대로 뜨지도 못하니 파도가 칠 때 입에 또 물이 들어와서 패닉이 옴. 본능적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는데, 어차피 주위에 아무도 없었음. 일단 살아야 하니 입에 다시 호흡기구를 물고 집까지 복귀함. 그런데 몸 뒤집힐 때 호흡기구 윗부분도 물에 잠겼는지 짠 맛이 오락가락하고, 통로에 물이 꼈는지 숨쉴 때마다 후루루루하는 얼마 안남은 요구르트 병 빨대로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가 남. 매우 불안했는데, 그래도 어떻게 겨우겨우 집까지 되돌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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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런지 살짝 두통이 오는 것도 같고 해서 저녁 먹으러 갈 때까지 쉬었음. 그러면서 많은 생각이 듦. 내가 생각한 신혼여행은 두바이에서 빡세게 일정을 보내되 몰디브에서는 평화롭게 집에서 푹 쉬면서 집 앞 물고기나 종종 구경하고 하는 것이었음. 그런데 상상과 다른 스노클링이 껴버리며 몰디브도 휴양지가 아니게 되어버림. 이러다간 여행을 다녀와서 더 지쳐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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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는 천국이라는 얘기는 아무래도 수영 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 같음. 나는 진짜 천국 갈뻔함. 누군가가 몰디브에 대해 "수영 못해도 할 거 있어요 스노클링같은 거 수영 못해도 할만해요" 하면 한 번 더 의심해야함. 스노클링 좋아하는 사람들은 적당한 물고기로는 만족 못하기 때문에, 결국 수영능력을 필요로 하는 지점까지 가야하기 때문. 미친듯이 수중환경이 좋은 리조트고 & 룸 자리까지 잘 배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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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사이에 한국에서 사온 진짬뽕 컵라면이랑 참치김치 볶음밥 해먹었는데 맛있었음. 커피포트밖에 쓸 수 있는 기구가 없어서 참치김치 볶음밥은 첫날 준 샴페인 칠링용 양동이 보관해뒀던 거 꺼내서 물중탕했음. 여기서 먹으니 더 맛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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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Vakku 라는 레스토랑 다녀옴. 고기 위주로 취급하고 해변가에 있는 식당임.(사실 고기 위주인지는 불확실함, 우리가 고기만 시킨 걸수도 있음) 여기도 라군바만큼 좋았음. 와규 날고기랑 오리 가슴살이랑 어쩌고저쩌고 등등 맛있어 보이는거 골라서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었음. 칵테일은 나는 섹스온더비치를 먹음. 복숭아랑 오렌지 섞인 맛이 났음. 아내는 두 잔 주문함. 첫번째 건 드라이 마티니였는데 맑은 고량주 느낌이 났고, 별로 맛이 좋지 않았던 듯 함. 두번째 건 씨브리즈였는데 기억이 희미함. 발음이 욕설같아서 기억에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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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먹고 나서는 헬스장도 구경가보고, 밤하늘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집에 돌아왔음. 왔더니 욕조를 아주 예쁘게 거품을 채워놓고 꽃잎을 올려놓아서 감동적이었음. 그런데 정작 욕조가 크고 미끄러워서 그 안에서는 얼굴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데 90%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함. 어떻게든 낭만을 즐겨보려 했으나 결국 이게 맞나 싶어서 나와서 그냥 샤워함. 그래도 기분좋고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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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는 아내와 함께 간단히 내일부터의 계획을 짰음. 그리고 거의 바로 잤는데, 나는 잠들기 전 마음의 준비도 했음. 내일부터는 휴양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 이게 아예 예상이 안 된 상황인 건 아니었는데, 아무리 바빠도 수영만큼은 따로 시간 내서 배워둘걸 하는 후회가 들었음. 나는 정적이고 아내는 동적이니 앞으로 맞추어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밤이었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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