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30. 07:36 리뷰/책 이야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와있던 SF 소설이다. 베스트셀러였고, 책 제목이 끌렸고, 쉽게 읽고 지나갈 수 있는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 샀었다. 책은 7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었고, 예상대로 생각을 많이 하며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은 아니어서 편했다. 각 단편들은 메시지가 읽히는 편도 있었고 아닌 편도 있었는데, 개중에 와닿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서로 사랑할 수 있다"(순례자들은왜 돌아오지 않는가), "경제성이 최우선 가치가 된 사회에서는 원하는 선택지를 배제당해 슬픔을 겪는 개개인이 있을 수 있다"(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서로가 달라도 사랑할 수 있다"(스펙트럼) 같은 메시지는 교과서적인 얘기들이었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쉽게 받아들였고,
'공생 가설', '감정의 물성'은 무슨 메시지인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읽고 넘겼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삶을 사회로부터 지운다"(관내분실), "인종과 성별에 따라 시장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있을 수 있다"(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같은 메시지들은 읽으면서 사실 그리 와닿지 않았다. 이런 류의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이 대개 그렇듯이 상황을 과할 정도로 왜곡시키고 과장시킨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약자를 조명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지적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그 방식이 성별/인종과 같은 특정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그 안과 밖의 사람들을 선악구도로 갈라놓는 것이라면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분류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실질적인 약자가 아닐 때도 많고, 불평등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히 파보면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 능력이나 업무여건 등에 따른 정당한 차등일 때도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회문제를 파고들 때는 디테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체성 정치는 영 동의하기가 어렵다. 우연히 맞는 말을 하더라도, 그 방법론 때문에 이제는 거부감이 먼저 든다.
뒤에는 문학평론가가 쓴 해설이 있었는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첨단 과학기술이 그 자체로 차별, 소외, 억압, 고통의 제거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모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라고 했다. 포괄적이고 폭넓은 해석이기도 하고,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이기도 해서 딱히 이론의 여지는 없는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감상은 두 가지 정도다. 첫째로, 책 자체는 재미있었다. 역시 글을 재미있게 쓰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둘째는, 언젠가 이 사회의 언더도그마 현상을 보다 완화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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