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9. 10:17 리뷰/책 이야기
[구 서평]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2021.01.14)
[서평]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著, 김경숙 옮김)
* 2016.2.23.에 작성한 서평에서 가독성을 위해 구성 및 문장 일부를 수정하였음.(2021.01.14.)
* 기존 서평은 2번에 그대로 남겨놓았고, 뒷부분에 현재 기준의 생각을 추가해뒀음.
(생각이 많이 달라졌으나, 과거 생각도 현재 생각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여 둘 다 남겨둠.)
1. 요약
남녀의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상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차이로부터 어떠한 갈등들이 발생하며 그러한 갈등들을 어떻게 서로 상처받는 일 없이 해결할 것인지를 다룬 책이다.
2. 후기(감상, 서평 포함)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유용한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느꼈다. 남녀의 차이에 대한 유의미한 지적들이 많았고, 그 차이를 왜 배려해야 하며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실하지 않았다. ‘남자가 좋아하는 행동, 여자가 설레는 행동’과 같은 웹에 떠도는 근본 빈약한 연애 조언들보다 훨씬 실용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 성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남녀 관계의 본질적인 균열지점에 대한 숙고를 바탕에 두고 내용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강박이 옅어지고, 성별적 차이보다 개개인적 차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세상이 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람을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문화가 진보함에 따라 사회가 정규분포의 중앙 외에 위치하는 사람들(현 맥락에서의 예시를 들자면, 여성적인 남자나 남성적인 여자 : ‘여성적’ 또는 ‘남성적’이라는 단어가 성 역할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표현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 글은 사회적·문화적 성차별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글이 아니므로 그러한 주장들까지 신경써가며 용어선택을 조심스럽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적’, ‘남성적’이라는 표현들은 실제로 각각 사회통념상의 선명한 의미와 이미지를 갖고 있고, 이 글에서는 그런 의미와 이미지를 인정하며 위 단어들을 사용할 것이다.)까지 존중할만큼 성숙했다는 의미이지, 남녀의 성별로부터 발생하는 차이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전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분명하고 다양한 차이점들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유의미한 규모의 통계적 데이터가 확보된 책이라는 점(25,000 쌍의 부부들의 결혼생활 개선에 성공),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일상적 경험에서 나온 교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적 기초 위에서 내용을 펼친다는 점, 저자가 자신의 분석과 이론이 절대진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나는 유독 마음에 들었다. 한 데 묶어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을 나눠두어서 책의 분량이 많았다는 점, 책 후반부에 이르러 하나의 주장에 대한 근거 사례들이 많이 제시되어 지루하다는 점 등이 아쉬웠다.
책의 실제 내용은 ‘남자들아, 들어줘라. 여자들아, 믿어줘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만 요약하자면 책의 너무 많은 부분을 놓치는 것이므로, 다음 항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각 장의 내용을 정리할 것이다.
책의 구성은 전반적으로 남녀의 차이와 대립점들을 각 장의 주제로 삼아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남자 입장에 대한 설명에 공감이 많이 갔고, 종종 여자 입장에 공감이 가거나 양쪽 가운데에서 애매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3. 내용 정리(*내용 정리에 내 개인적인 의견은 추가하지 않는다.)
①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 남자는 목적지향적이고 여자는 관계지향적이다. 이것이 근본적 차이다.
② 미스터 수리공, 가정진보 위원회
: 남자는 여자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그저 잘 들어주기를 바라는 여자는 해결책을 내어놓음으로써 대화를 정리하려고 하는 남자의 태도에 속이 상하고, 남자는 자신이 제시한 해결책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쁘다.
여자는 남자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을 때 조언과 보살핌을 제공하려고 한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 남자는 자꾸만 조언을 내어놓는 여자의 태도가 싫고, 여자는 자신의 애정이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좋다.
여자는 남자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묵묵히 믿어주는 것이 좋다.
③ 남자는 자기 동굴로 들어가고 여자는 이야기를 한다.
: 남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굴로 들어간다. 즉,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자는 남자의 그러한 행동이 자신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 하는 행동이 아님을 이해하고, 그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야기를 쏟아낸다. 남자는 여자의 그러한 행동이 자신에 대한 우회적 질책이 아님을 이해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 좋다.
④ 이성 자극하기
: 남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동기가 부여되고, 여자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동기가 부여된다. 남자는 사랑을 주었다가 거절당하면 자신이 무능하고 불필요한 사람처럼 느껴질까봐 두려워하고, 그래서 사랑을 주는 일에 조심스럽다. 여자는 사랑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면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까봐 두려워하고, 그래서 사랑을 요구하는 일에 조심스럽다.
남자에게 그를 필요로 함을 느끼도록 해주면 좋다. 여자에게 그녀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해주면 좋다.
⑤ 서로 다른 언어
: 여자는 원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하는데, 남자는 이를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곤 한다.(ex.“우리는 통 외출을 안 하네요.”라는 여자의 말은 ‘당신과 외출하고 싶어요.’라는 의미지만, 남자는 이를 ‘당신은 나와 외출조차 잘 안해주네요’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남자는 복잡한 일이 생기면 해결책을 생각하느라 침묵 또는 단답의 태도를 보이는데, 여자는 이를 자신에 대한 무관심으로 받아들인다. 서로의 이러한 특성을 알면 더 잘 대화할 수 있다.
⑥ 남자란 고무줄과 같은 것
: 남자에게는 친밀감 주기가 있다. 사랑에 매몰되어 자아를 잃기 쉬운 그들은 독립심을 되찾기 위해 주기적으로 여자에게서 멀어지곤 한다. 여자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는 표시로 생각하며 슬퍼하거나, 간혹 멀어졌다 돌아온 남자를 매몰차고 가혹하게 대하기도 한다. 여자의 그런 행동은 처벌의 효과를 가져 남자를 다시는 멀어지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이렇게 멀어지는 주기를 갖지 못하게 된 남자는 우울증·무기력·신경질 등의 증상을 드러낸다.
여자는 멀어진 남자를 기다려 주었다가 그가 돌아오면 반갑게 맞아주는 배려를 해주는 것이 좋다. 남자는 멀어질 쯤에 여자에게 애정이 식은 것이 아님을, 잠시간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임을 밝혀주는 것이 좋다.
⑦ 여자는 파도와 같다
: 여자에게는 감정 기복이 있으며, 최저점에서 그녀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청소된다. 때때로 침울해지고 가라앉는 여자를 보며 남자는 자신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며 죄책감을 느끼거나, 간혹 여자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남자의 그런 행동은 여자의 감정표현을 억압하는 결과를 내는데, 이렇게 감정이 억압된 여자는 결국 갑작스러운 이혼(연인의 경우에는 결별)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남자는 자신의 노력과 조언으로 여자의 기분을 무조건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그녀가 쏟아내는 감정을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것이 좋다.
여자는 남자가 너무 힘겹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다른 친구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⑧ 서로 다른 정서적 욕구 발견하기
: 남자는 신뢰와 인정과 감사를 필요로 한다. 여자는 관심과 이해와 존중을 필요로 한다.
⑨ 어떻게 논쟁을 피할 것인가
: 남녀간의 논쟁에서 남자는 흔히 옳고 그름에만 집중하며 여자의 감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직접적인 이의제기 대신에 우회적으로 불만과 비난만을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남자는 여자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것이, 여자는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 이후의 내용들(⑩~⑬)은 지금까지 다룬 내용들과 겹치는 부분도 많고, 짧게 요약하기에는 지엽적이고 세밀하기에 어렵다. 이미 다룬 내용만으로도 책의 골자가 잘 잡혔으므로, 남은 내용은 생략한다.
4. 추가 서평(2021.01.14. 추가)
글을 타자로 옮기며 보니, 책을 처음 읽었던 2016년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근본적으로, 책에서 말하는 남녀의 성향 차이가 정말로 성별적 특성에 기인한 차이가 맞는가 – 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런 얘기다. 당시 남자가 목적지향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성공하지 못한 남자에 대한 사회의 대우가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여자가 관계지향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성에게 제한된 사회진출 여건 안에서 그것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은 남자가 동굴로 들어가는 이유는 당시 남자에게 강요되던 중요한 덕목이 ‘책임감’ 즉 본인의 고통을 혼자 짊어질 줄 아는 능력이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스트레스를 받은 여자가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유는 당시 여자에게는 남자에게 요구되는 만큼의 인내심을 사회가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예시들을 모아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면, 이 책은 남녀의 특성을 현상만을 바라보고 분석한 결과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여 오늘날의 남녀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약간은 부족한 책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남녀의 특성은 생물학적·유전적 특성에도 기반하지만, 사회문화적 배경에도 기반한다. 영구적으로 유의미한 책이 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성별 차이에만 집중했어야 한다. 사회문화적 배경으로부터 유래된 각 성별의 성향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남자와 여자의 어느 부분까지가 생물학적·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특성이고 어느 부분부터가 사회문화적 영향에 의해 형성된 특성인지를 분리하지 않았다. 그저 일반적인 남성과 일반적인 여성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통째로 관찰 및 분석했을 뿐이다. 요인을 분해하지 않은 채 현상을 통째로 관찰했기에, 당시 연구결과의 함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조금 퇴색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요약본을 다시 읽으면서 책에서 묘사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엄밀하게는 남녀 차이라기보다는 ‘경제활동 책임자’과 ‘경제활동 의존자’의 차이로 느껴졌다. 즉, 여자가 경제활동 책임자고 남자가 경제활동 의존자인 가정의 경우 오히려 책 내용에서 성별을 반전시켰을 때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될 것 같았다.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의 경우 가족들에게 걱정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아 잠시간 동굴로 들어가거나(3-③), 침묵 속에서 혼자 답을 고민하는 경우(3-⑤)가 잦다. 반면 경제적으로 의존을 하는 사람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홀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입장이므로 이야기를 시도할 수 밖에 없고(3-③), 요구사항을 바로 얘기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경우 우회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3-⑤,⑨).) 이로부터 당시(초판이 발행되었던 2008년)까지만 해도 ‘남자=경제활동 책임자, 여자=경제활동 의존자’로 유형화되는 시대상이었구나 – 하고 새삼 느끼기도 했다.
물론 이 책이 오로지 사회문화적 배경에 의해 형성되는 남녀특성에만 기반해 내용을 펼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책에서 설명한 남녀관계에서 배우고 참고할 부분이 많기는 한 것 같다. 무엇보다 저자가 책을 집필한 목적 자체가 남녀가 더 성숙하게 갈등을 해결하고 더 깊이 배려하며 서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었던 만큼, 따뜻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좋은 것 같다.
여튼 이 서평은 타이핑으로 옮기는 과정이 유독 재미있었던 것 같다. 첫 서평을 썼던 때에 비해서 생각도 세상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비교적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훗날에도 이런 재미를 느끼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기록을 남겨봐야겠다.
2021.01.14.(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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